풍등시절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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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0 16:23
(2021년 11월 30일)
풍등시절
가슴에 불 하나 품고
풍등이 날아간다
날개 없는 자유 등에 지고
겨우 날아오르는
오십대는
흔들리는 풍등시절이다
아직 바닥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돛이요
허공에 떠 있다는
자각은 닻이다
축제의 풍등처럼 우리는
함께 날아올라
각자 떨어진다
닿았다 싶으면
멀어지는 돈과 행복,
탄탈로스의 고통 속에서
생의 절반을 보낸 다음에야
비로소 가슴 속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려 애쓴다
청춘의 협곡을 지나
절벽과 절벽 사이
잔교(棧橋)에 내려앉았을 때,
어쩌면 뛰어내리는 게
날아오르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출렁거릴 때마다
날아오르는 풍등보다
뛰어내리는 새가 되고 싶었다
발 디딜 수만 있다면
절벽 위 잔교면 어떤가
지금은 쫗아갈 때가 아니라
기다려야 할 때라고,
해 저무는 난간 위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 박후기, [창작과 비평 겨울 2021]에서 (96~97)
- 창비, 통권 193호, 2021. 12. 1
:
함께 날아올라ㅆ던
기억만으로도
서른 해
더 살아왔다
해 저무는 난간 위에 앉아
술 한잔 마셔야겠다
겨울비,
한껏 퍼붓고 간 날에
( 21113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어제저녁 태종대, ㅅ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