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껴간 화살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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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5:40
(2021년 12월 24일)
비껴간 화살
그 화살들 내게 바로 날아오지 않아서
고맙게도 삶은 여태 평온했다네
그 봄날 화살이 날 비켜가지 않았다면
온전히 불꽃같은 사랑을 할 수도 있었겠지
누추한 여생조차 다 태워 없애 주었을지 모르지
그 겨울날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나를 향해 오던 화살 깃을 슬쩍 흔들지 않았다면
나는 요절한 예술가가 되었겠지
되지 않은 작품들이 유작들이 되었겠지
나 예사롭게 살아가네, 거듭 비껴가는 화살에 놀라지 않고
산과 산 사이, 길과 길 사이, 시내와 시내 사이에서
여유롭게 졸다가 눈을 떠 천천히 물을 마시네
그 많은 화살 다 나를 비껴가서
나 평범한 노인이 되어 가네
* 신미균, [계간 파란 23, 2021 겨울]에서 (080)
-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2021.12. 1
:
평범한 노인이라...
이제는 멀지 않은
앞날인 듯도 생각되지만,
그나저나 온몸에
박힌 이 화살들은 어찌할꼬
( 211224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