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기다리는 밤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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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6:54
(2021년 12월 27일)
눈을 기다리는 밤
하룻밤 새 세상은 달라지리라.
말라붙어 있던
떡갈나무 잎새 하나만 떨어졌어도
세상은 달라지는 것을
밤새 하얗게 변한 세상을 기다린다.
추위에 발갛게 언
짐승의 발소리 살얼음 위를 걸러가고
건너야 할 강은 그리도 넓고 깊은 것인지
밤새 강이 얼기를 기다린다
겨울이 조심스레 건너가야 할.
하늘에 엷은 얼음 얼고 눈이 덮이면
세상은 달라지리라.
싸락눈발 속을 지나간
짐승의 발갛게 언 발자취만 남아도 세상은 달라지는 것을.
* 성원근, [오, 희디흰 눈속 같은 세상]에서
- 창비시선 146, 1996. 2. 1
:
세상을 달라지게 한다는
눈을 밤새 기다리지만,
눈은
산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 남도의 시골사람이,
혹시 내리면
뒷처리에 어쩔줄 몰라하고 불편해하는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되어서도,
눈을 기다리는 밤은
또 오고,
( 21122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160116 덕유산에 들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