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건 누구의 이빨자국이지?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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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1 15:17
(2022년 2월 11일)
그럼 이건 누구의 이빨자국이지?
우리는 덜컹이는 기차 안에 있었다 올라탄 기억은 없지만
가고 있다고 믿었다 저마다 마음속으로 빛나는 운석을 상상했다
불길이 시작된 곳
흰 눈 속에 흰 개를 묻을 때 울려 퍼지던 낮은 종소리
창밖은 새하얗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진짜는 원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 선로를 벗어난 게 아닐까요 애초에 운석이 존재하긴 했던 겁니까 사람들은 흰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믿음은
달리던 기차를 멈춰 세웠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수백개의 커다란 돌덩이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저런 건 우리 집 마당에도 얼마든지 있잖아 멀리 오면 바람의 방향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돌덩이들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기차가 사라지고 있어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고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기차를 바라보았다
발은 땅에 있었다 사람들은 돌아가기 위해 이제 검은 돌덩이의 아름다움을 믿어야 했다
* 안희연,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에서
- 창비시선 393, 2015. 9.22
:
눈을 뜨고 기차를 바라보다
지칠 때쯤
봄은
보란듯이 돌아오고
우리는
아름다움을 믿어야 했다
( 220211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220211 부산 유엔공원에서, 홍매화 피다 ㄱ ㅂ ㄱ
그럼 이건 누구의 이빨자국이지?
우리는 덜컹이는 기차 안에 있었다 올라탄 기억은 없지만
가고 있다고 믿었다 저마다 마음속으로 빛나는 운석을 상상했다
불길이 시작된 곳
흰 눈 속에 흰 개를 묻을 때 울려 퍼지던 낮은 종소리
창밖은 새하얗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진짜는 원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 선로를 벗어난 게 아닐까요 애초에 운석이 존재하긴 했던 겁니까 사람들은 흰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믿음은
달리던 기차를 멈춰 세웠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수백개의 커다란 돌덩이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저런 건 우리 집 마당에도 얼마든지 있잖아 멀리 오면 바람의 방향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돌덩이들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기차가 사라지고 있어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고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기차를 바라보았다
발은 땅에 있었다 사람들은 돌아가기 위해 이제 검은 돌덩이의 아름다움을 믿어야 했다
* 안희연,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에서
- 창비시선 393, 2015. 9.22
:
눈을 뜨고 기차를 바라보다
지칠 때쯤
봄은
보란듯이 돌아오고
우리는
아름다움을 믿어야 했다
( 220211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220211 부산 유엔공원에서, 홍매화 피다 ㄱ ㅂ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