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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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21 허름한허세 0 212 0 0

(2021년 10월 21일)


자전거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가 기대 서 있다
큰애가 내리자 작은애가 한때
즐겁게 달렸던 낡은 자전거
중학교 삼년, 자전거만 타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주 체인이 벗겨지고 벨은 망가졌어도
달리는 일,, 장딴지의 힘을 더 키우고 싶었던 게
가슴에서 요동치는 멍 때문이었음을
훗날 멈추고 나서 알았다
자전거는 무엇을 태우는 일에 골몰하느라
아예 먼지덩어리가 됐을까
귓바람에 씽씽 바람 불도록 달리다 보면
닿은 곳은 자갈투성이 학교 진입로였다
내지 못한 수업료에 자전거는 절룩거리는데,
나는 아이들이 버린 자전거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내 장딴지는 자라서
나는 정말 자전거가 되었다
바람에 몸부림치는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
다시 달리는 꿈을 꾸는 버려진 자전거

* 황규관, [패배는 나의 힘]에서
- 창비시선 281, 2017.12.14



:
내지 못한 수업료로 교실 복도에서
두 팔을 들고 무릎 꿇고 앉아 있던
중학교 삼 의 내 모습이 문득,

달리고 싶었지만
자전거는커녕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며칠은 걸어 다니곤 했던 등굣길

나는 정말 자전거가 되었나?
다시 달리는 꿈을 꾸고 있기는 한 건지,

점심 먹고 회사 주변을 한 바퀴 걷는데
비어 있던 공터마다 들어선 낯선 창고형 공장 건물들

그 틈새를 뚫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오다,

( 211021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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