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안부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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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 21:13
(2021년 11월 4일)
가을 안부
비가 내려 며칠 동안 씻지 않은 얼굴이 말끔해졌다
길게 자란 수염을 자르고 싶지만 조금 더 게을러져도 좋은 계절이다
하늘도 바람도 모두 투명해지는 시간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덮어놓은
연애소설의 중간쯤이나 될까
지난여름의 화염을
조금만 더 그리워해도 좋은 계절이다,라고 생각한다
후드득 떨어지는 것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몇 점 눈송이가 데리고 올 겨울을 떠올리며
첫눈 온다고 주고받을 안부를 미리 연습한다
미안하다 그대를 잊어서
미안하다 그대를 잊지 못해서
애써 밑줄을 긋지 않아도 평생 기억하는 문장이 있다
* 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에서
- 삶창시선 50, 2017.12.15
:
후드득 떨어지는 것들을 보러 가려고
주말만 기다리는데
비가 내려,
때 맞춰 비가 내려
미안하다 잊어서
미안하다 잊지 못해서
( 211104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