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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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5 16:18
(2021년 11월 5일)
견디다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꽃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 천양희, [지독히 다행한]에서 (72~73)
- 창비, 2021. 3.31
:
두 해 째,
잘 견디고 있다,
새해에는 나도
어디든 갈 수 있으리니,
내가,
이토록 견디다
( 21110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1105 오늘 아침, 한라산, 아는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