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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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9 14:36
(2021년 11월 29일)
겨울 들
마들에 나가
들판 끝 본다
눈 끝의 새 본다
들풀에도 새가 앉네
새는 가벼우니까
들판의 새보다 더 가난한 게 있을까
가난은 가도 가도 가벼운 것
가벼운 것이 들 한쪽 물고
어둔 구름에서 나온 번개같이
날아간다 거침없이
허공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경고라도 하듯 거침없이
하늘 추워지고 꽃 다 진다
꽃 진 자리에 새울음 남아 있다
저 울음보다
맑은 가난이 또 있을까
허허들판
* 천양희,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에서
- 창비시선 326, 2011. 1.14
:
나도
우두커니 앉아
들판 끝 본다
텃밭에서
겨울이
닥쳐왔다
( 211129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