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눈이 내리고요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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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16:31
(2021년 12월 15일)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요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요
어린 딸과 식탁에 앉아 귤을 까먹어요
딸은 귤을 자꾸 오렌지라 우기고요
나는 덩달아
이국의 농가에서 한창 익어갈 오렌지 생각에
그만 신 침을 흘리네요
지금 당신에게 고백하건대
항상 그랬어요
봄 딸기를 먹으면서 익지도 사과를 떠올리고
지나가는 큰 아이를 돌아보며 우리 아이의 큰 모습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지요
항상 그랬어요
미래를 생각하면 소풍 가기 전날 같아요
정작 소풍날은 싱겁고 재미없는 것처럼
과거 속 소풍날인 지금도 그리 신나진 않아요
네 살배기 딸애도 내가 그처럼 생각하던 그 애일까요
저 밋밋하게 내리는 눈 속에도
지난 여름날
번쩍거리던 폭풍우 냄새가 나요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요
나는 매일 뜀뛰기하며 살아요
* 문성해, [자라]에서
- 창비시선 253, 2005. 8.30
:
내일 나리는 비는
마른땅 적실 정도로만 오면 좋겠다.
번쩍거리는 폭풍우처럼 말고
나도 이제
걷기에서 뜀뛰기로 나아가야 할 터인데,
( 211215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