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윷판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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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14:29
(2022년 2월 4일)
입춘 윷판
처마 끝에 걸린
낡고 오래된 풍경, 소리
쟁그랑쟁그랑 입춘을 알린다
전주 한옥마을
토담길 골목 가운뎃집 마당으로
겨울 털러 온 사람들은
멍석 깔고 장작불 피워
봄이 오는 첫날 아침
입춘대길 윷판을 벌인다
윷은 멍석 위로 던져지고
말은 갈팡질팡 말판을 건넌다
이겨도 별 것 없는 판을 놓고
어수선한 실랑이가 벌어지니
밍밍한 구경꾼조차 간섭하여
윷판은 시끌벅적하게 흥성해진다
한말 술에 묵은 김치전이 나와
윷판에서 떼를 쓰던 진안댁이
젤 먼저 술을 따라 부아난 속 달랜다
술주전자를 꿰찬 화산양반은
서너 순배 술을 어깨춤으로 돌린다
몰려온 구경꾼도
윷을 노는 사람도 입춘,
윷 한판에 환장을 한다
* 박성우, [가뜬한 잠]에서
- 창비시선 274, 2007. 3.30
:
설날, 차례상을 물린 후 쉬는 데, 누이동생이 갑자기 윷놀이라도 하자하여 편의점에 가서. 화투를 사왔더란다, 물론 윷이 없었으니까...
동생네가 놀다 가고 랑딸이랑 아내랑 두 세시간 더 화투를 쳤다. 다행히 화투값 6천원은 벌었다. 꽤나 행복했다.
추워봤자 입춘이다.
곧 봄이다.
( 220204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