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식사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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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15:10
(2022년 8월 12일)
8월의 식사
SBS 8시 뉴스
살모사도 밥을 먹느라고 벼포기 사이에서 뜸부기 둥지로 머리를 내민다. 내가 머리를 숙여 밥숟가락을 입 안에 밀어넣듯이 그 역시 일곱 개의 알록달록한 뜸부기 알을 향해 입을 벌린다. 숟가락 없는 그의 식사가 둥글다. 지구처럼 푸르다. 8월의 깊숙한 내장이 말복의 무논을 통째로 삼켰다. 내장이 밥을 삼키는지 밥이 내장을 삼키는지 축 늘어져서 꾸먹꾸먹 엎드려 있다. 어미 뜸부기가 이제 곧 벼포기를 헤치고 와서 대가리를 쪼더라도 들판을 덜퍽 삼켰으니 들판이 저를 다 삭일 때까지 움쩍할 수 없다. 8월의 들판이 빵그랗게 배가 불러서 푸른 눈알을 뒤룩거리고, 하늘은 흰 구름 몇점 데리고 텅텅 푸르다. 뚝딱!
* 정철문, [무릎 위의 자작나무]에서
- 창비시선 290, 2008. 7.25
:
8월이다
푸르다
곧 말복이다
광복절이다
텅텅
푸르다
( 22081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8월의 식사
SBS 8시 뉴스
살모사도 밥을 먹느라고 벼포기 사이에서 뜸부기 둥지로 머리를 내민다. 내가 머리를 숙여 밥숟가락을 입 안에 밀어넣듯이 그 역시 일곱 개의 알록달록한 뜸부기 알을 향해 입을 벌린다. 숟가락 없는 그의 식사가 둥글다. 지구처럼 푸르다. 8월의 깊숙한 내장이 말복의 무논을 통째로 삼켰다. 내장이 밥을 삼키는지 밥이 내장을 삼키는지 축 늘어져서 꾸먹꾸먹 엎드려 있다. 어미 뜸부기가 이제 곧 벼포기를 헤치고 와서 대가리를 쪼더라도 들판을 덜퍽 삼켰으니 들판이 저를 다 삭일 때까지 움쩍할 수 없다. 8월의 들판이 빵그랗게 배가 불러서 푸른 눈알을 뒤룩거리고, 하늘은 흰 구름 몇점 데리고 텅텅 푸르다. 뚝딱!
* 정철문, [무릎 위의 자작나무]에서
- 창비시선 290, 2008. 7.25
:
8월이다
푸르다
곧 말복이다
광복절이다
텅텅
푸르다
( 220812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