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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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16:20
(2021년 12월 8일)
허리 디스크
자세가 잘못된 까닭이라며
의사가 꼬리뼈에 주사를 놓는 순간
눈물이 솟구쳤다
그랬지, 꼬리뼈가 있었지
까맣게 잊어버렸던 원시를 발견한다는 건
중음천에 당도한 만큼이나 당혹스럽다
자세가 비뚤어졌다는 건
꼬리뼈가 휘었다는 건
걷는 것도 앉는 것도 엉망이었다는 말
믿음도 절망도 기다림도 엉터리였다는 말
꼬리뼈가 휘어
내 책상과 내 도시, 내 혁명도 저리 비틀어졌던가
어정어정 걸어가는 한마리 말똥게
부끄러워라
병원을 나서서도
이상하게 눈물이 멈추지 않아
핑계를 찾아본즉
나 때문에 백두대간 허리 디스크가 심하다는 것이다 평화에 닿기가 부지깽이가 걷는 일보다 어렵다는 말이다
* 김수우, [뿌리주의자]에서 (34)
- 창비시선 466, 2021.11.12
:
걷는 것도 앉는 것도 엉망이었다는 말
믿음도 절망도 기다림도 엉터리였다는 말
바닥에서부터 다시 돌아보며
자세를 바로 잡다
( 211208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