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햇빛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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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9 15:38
(2021년 10월 19일)
주머니 햇빛
나를 담아다오
주머니 가득 넘치도록 담아다오
이만하면 되었지는 말고
갈 데까지 가보자구 하면서
포만감으로만 나를 채워다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굶주림이니 가난이니 하는
작은 주머니의 입으로
나를 물고 빨아다오
그래야 나를 담아내고 나를 넘어서지
그래야 만고의 기아는
나 햇빛의 유물이 아니었다고
배부른 몸으로 나를 쓸어내리지
주렁주렁 나를 매달아 터뜨리지
꽃이니 나무니 과일이니
풀이니 하는 주머니 톡톡 털었다
이 겨울 저 배고픈 씨앗을 위해
여기 나 주머니 햇빛으로 왔다
* 최창균,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에서
- 창비시선 236, 2004. 7. 5
:
아하,
그리하여
오늘은
가을날이구나
고마운
가을 햇빛
( 211019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