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에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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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6 15:20
(2021년 10월 26일)
나 대신에
수도꼭지 돌려
콸콸 쏟아져 나오는 물을 받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물을 긷기 위해 먼 길을 걷고 있을 너
나 대신 네가 거기 있는 게 아닐까?
다리 까딱이며 동화책 읽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밤낮없이 벽돌 나르고 돌을 깨고 있을 너
나 대신 네가 거기 있는 게 아닐까?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하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포탄 때문에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을 너
나 대신에 네가 거기 있는 게 아닐까?
너 대신에
너희들 대신에
내가 여기 있는 게 아닐까?
* 황남선, [동시마중, 제 69호, 2021년 9·10월]에서(126)
- 동시마중, 2021. 9. 1, 다시 옮김
:
거의 한 달을 기다려
마늘, 싹을 틔우다
너 대신에
너희들 대신에
( 21102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https://youtu.be/wpg8jBFaj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