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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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7 13:39
(2021년 11월 17일)
유모차
유모차에
유모가 없다
아기도 없다
기역 자로 굽은
할머니가 밀고 가는
낡은 유모차
겨우 굴러가는 유모차
옹알옹알 아기 대신
젖 잘 나오는 유모 대신
할머니가 온종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건
종이박스 폐휴지 소주병 맥주병
박카스병 활명수병 생수병
반지하 독거노인에겐
유모차가 전 재산
손자 손녀 없는 유모차가
곁에 남은 유일한 피붙이
유모차
손놓으면
거기가
* 이문재, [혼자의 넓이]에서 (78~79)
- 창비시선 459, 2021. 5.28
:
나 혼자 눈감는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쓸쓸한 비라도 내리게 되면
금방 울어 버리겠네
( 211117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