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 댓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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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댓가

21 허름한허세 0 125 0 0

2072942922_JzU6n1ac_cb3a917de4310541f683bf60d4c948ab231ffaa6.jpg(2021년 12월 3일)


꿈을 꾼 댓가


댓가를 치르는 생애를 안다
떠돌이 앨버트로스는 그 큰 날개로 인해
오래 비행할 수 있으나
지상에서는 그로 인해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는데
그대가 별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면
나무의 깊고 큰 광합성의 에너지를
넓고 풍요로운 우림의 초목을
빼았지 않았다면
대왕고래의 머나먼 항로를
뒤쫓지 않았다면
이토록 중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꿈꾸었기 때문이다
그대의 끝없는 탐욕이 더 빠르고 더 강한
그대를 욕망하는 내 꿈이 전쟁을 부르고
날마다 과소비의 마천루를 쌓아 올리며
쓰레기의 산과 바다를 이룬 것이다
이렇게 기후위기를 맞은 것이다
되돌려야 하는데
꿈꾸지 말아야 하나
희망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레타 툰베리 어린 소녀의 말처럼
극심한 공포*를 느껴야 하는데
내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데
불타는 내 집의 불길을 어서 잡아야 하는데

* 박남준, [창작과 비평 겨울 2021]에서 (91~92)
- 창비, 통권 193호, 2021. 12. 1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다보스 포럼에서 한 말



:
꿈꾸었기 때문

불타는 내 집의 불길부터

얼른 잡아야겠다.

이번 주말엔
올해 연말엔
좀 더 많이 비워야겠다.

( 21120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시금치 잘 자란다, 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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