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뭇잎 숭배자가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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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뭇잎 숭배자가 되어볼까?

21 허름한허세 0 268 0 0

(2021년 12월 13일)


이제 나뭇잎 숭배자가 되어볼까?


도끼도 돌도 필요 없다. 나무를 살해하는 간단한 방법은 봄여름에 나뭇잎을 모두 따버리는 것. 나뭇잎들의 노동이 멈추면 나무는 죽는다. 대대손손 뿌리마 파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뿌리 숭배자들이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한 계절만 겪어보면 알게 된다. 햇빛과 바람 속에 온몸으로 나부끼는 나뭇잎들의 역동, 한잎 한잎 저마다 분투해 만들어낸 양분을 기꺼이 모아준 나뭇잎들이 나무를 살린다는 것. 나뭇잎들의 코뮌이 즐거운 노동으로 생가 넘칠 때 나무가 건강해진다는 것. 안녕, 안녕, 인사하는 나뭇잎들의 독자적인 팔랑거림, 한 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할 때조차 저마다 다른 자세와 기술, 햇빛과 물만으로 양분을 만들어내는 천지창조의 노동자들, 함께 사는 동안 자신이 만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때가 오면 미련 없이 가지를 떠나는 여유와 자유. 뿌리 깊은 나무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태어나는 나뭇잎은 없다. 가계(家系)의 문장(紋章)에 집착 없는 나뭇잎들이야말로 한그루의 세계를 유지하는 진짜 힘이라는 것.

* 김선우, [내 따스한 유령들]에서 (57)
- 창비시선 461, 2021. 8. 5



:
서걱이는 잎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산길을 걸어보면

그러하다!
과연 그러하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 21121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1211 창원 북면 마금산을 걸으며 2072942922_pcr6Ghn2_066b0f141251cbb31219bc128f7692d0e921e18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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