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요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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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16:02
(2022년 7월 7일)
잊어요
세상이 병들었는데
꽃은 제 흥에 겨워 깔깔거린다
저리 속없는 것에게 마음 기울였다
실직했는데 원피스 고르는 애인처럼 팔랑거린다
실연했는데 온갖 연애들을 불러 모은다
실망하는 나날들에 실망한다
꽃피울 거면서 말도 없었고
마음의 준비를 다 해놓고 이별을 통보한 애인처럼
한나절 바람에 쏟아질 거면서 말을 감춘다
병든 이들 지천인데 웃을 수는 없어서
임종이 인근인데 낙화 운운하기도 무참해서
저것들은 남발하는 거짓말이라 했다
세상이 병들었는데
나 하나쯤 꽃을 앓아도 될 것 같다가
더한 증세가 있을 테니 사치인 것이다
감기몸살도 오해받는 봄날에
잔고가 바닥났을 때 떠오르는 사람
체중이 줄어들 때 걱정되는 사람
아픔도 받아 쥘 만하게 가시 꺾고 주는 사람
약국 앞의 줄서기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
폭우 예보를 듣고 우산을 매만지게 하는
누군가의 그런 사람이 되어
햇살 변두리에 방 얻어 격리되고 싶다
꽃 지겠다고
속절없는 것이라 제 흥에 지더라고 했다
* 전영관, [미소에서 꽃까지]에서 (64~65)
- 시인수첩 시인선 058, 2022. 6 25
:
햇살 변두리에 방 얻어 격리되고 싶다
는 바람도 이젠,
사치인 것이다
잊고 또 잊혀지며
하루를 건너간다
속절없이 꽃 앓이 하며,
( 22070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잊어요
세상이 병들었는데
꽃은 제 흥에 겨워 깔깔거린다
저리 속없는 것에게 마음 기울였다
실직했는데 원피스 고르는 애인처럼 팔랑거린다
실연했는데 온갖 연애들을 불러 모은다
실망하는 나날들에 실망한다
꽃피울 거면서 말도 없었고
마음의 준비를 다 해놓고 이별을 통보한 애인처럼
한나절 바람에 쏟아질 거면서 말을 감춘다
병든 이들 지천인데 웃을 수는 없어서
임종이 인근인데 낙화 운운하기도 무참해서
저것들은 남발하는 거짓말이라 했다
세상이 병들었는데
나 하나쯤 꽃을 앓아도 될 것 같다가
더한 증세가 있을 테니 사치인 것이다
감기몸살도 오해받는 봄날에
잔고가 바닥났을 때 떠오르는 사람
체중이 줄어들 때 걱정되는 사람
아픔도 받아 쥘 만하게 가시 꺾고 주는 사람
약국 앞의 줄서기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
폭우 예보를 듣고 우산을 매만지게 하는
누군가의 그런 사람이 되어
햇살 변두리에 방 얻어 격리되고 싶다
꽃 지겠다고
속절없는 것이라 제 흥에 지더라고 했다
* 전영관, [미소에서 꽃까지]에서 (64~65)
- 시인수첩 시인선 058, 2022. 6 25
:
햇살 변두리에 방 얻어 격리되고 싶다
는 바람도 이젠,
사치인 것이다
잊고 또 잊혀지며
하루를 건너간다
속절없이 꽃 앓이 하며,
( 220707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