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홈 > 소통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변신 이야기

21 허름한허세 0 63 0 0

(2021년 12월 6일)


변신 이야기


남부민동 산복도로 골목
점집 간판이 많다
신을 닮은 먼지들과 먼지를 닮은 신들
천궁으로 갔다가 용궁으로 갔다가 아씨가 되었다가 할매가 되었다가 보살을 부르다가 도깨비를 부르다가
몸을 바꾼다

장롱 밑에서 찬장 속에서 까치발을 한
흰 먼지들,
언제 어디서나 부푼다
피란민 꿈속에서 앉은뱅이책상에서 깨금발 뛰던
푸른 먼지들,
마을버스에서 구멍가게에서 오늘도 구르며
집세를 걱정하고 곰팡이를 걱정한다

확, 걸레질로 닦아내도
다시 차곡차곡 내려앉는 저 기도들
걸레로 변신한다
닦아낸 자리마다 맴도는 저 신앙들
비딱한 봉창으로 변신한다

설화신궁 도깨비동자 용왕장군 아씨당 불사대신 천상선녀 작두장군 백궁거사 천궁도인 천상대감 이화보살 할매당 약명도사 애기설녀

흩어지며 뭉쳐지며
옹기종기 모여 앉는 탯줄의 이름들
부러진 젓가락 같은 질문이 된다
오늘도 살아 있냐고

* 김수우, [뿌리주의자]에서 (26~27)
- 창비시선 466, 2021.11.12



:
산복도로를 걸으며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지금은 더 높은 곳만 바라보면서
그때는 자꾸 낮은 곳으로 내려오려 하였을까?

모이면 힘이 되고 아름다운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여 다시 물어본다,
오늘도 살아 있냐고

( 21120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 감천동 문화마을, ㄱ ㅂ ㄱ



2072942922_rESwUvuh_a7c6c791f6e0c1398779d7f55865d6e5fecf2a2e.jpg2072942922_OXiSp3tc_728640aa62f90b697642da880323d2f5b9bba80b.jpg2072942922_O3BhjSpm_ecede52d8b6443322ce5fb2609575a22853b6684.jpg

0 Comments
카테고리
통계
  • 현재 접속자 967 명
  • 오늘 방문자 6,658 명
  • 어제 방문자 7,880 명
  • 최대 방문자 14,757 명
  • 전체 방문자 2,381,549 명
  • 전체 게시물 46,516 개
  • 전체 댓글수 5,249 개
  • 전체 회원수 1,245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