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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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17.

21 허름한허세 1 373 1 0
(2022년 4월 19일)


아린 17.
- 'ㅎ'에게



왜 그렇게 김수영 詩人에게 집착하느냐고 그대가 내게 물은 적이 있었던가? 고 2 때, "푸른 하늘을"이라는 詩를 만난 게 시작이었지만 사실, 난 그의 詩보다 그의 곤란했던 삶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

북한군 강제 징집, 거제 포로수용소, 통역, 축사, 일, 일, 일, ... 먹고 살기 위한 끊임없는 일상. 그 속에서 쏟아진 그의 찬란한 詩들.

물론 난 詩人과는 곤란하고 힘든 삶밖에 닮은 점이 없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말투 하나 외모 하나 비슷한 점이 없지. 그래서 그를 따라다니지. 글도 생각도 삶도 그를 추종하려 하지. 하지만 가능할 리 없지.

그럼에도 그의 詩 한 구절로 '비애'와 '설움'이 그득한 이 삶을 버팅겨내고 있지. 詩人에 대한 내 그리움은 그렇게 쌓여가고 흘러가고 커져만 가는데...

'기침을 하자 /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 눈을 바라보며 /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 마음껏 뱉자'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술 취해 잠든 밤마다 듣지.

습작이랍시고 서른 해 넘게 끄적이고 끄적인들 그의 취한 발걸음 한 자락에도 가닿을 수 없으리라는 것도 잘 알지. 그래도 난, 그러니까 난, 더욱 날이 갈수록 詩人을 따라다니는 거지, 마치 굶주린 거지처럼 말이야.

아리고 젖은 눈으로 그를, 그의 詩를, 남겨진 그의 이야기들을 바라보면서, 쉰도 되기 전 훌쩍 떠난 그를 원망도 하면서...

'먹고 산다는 거... 참 힘에 부쳐요.' 라는 그대 말을 듣고 울먹이면서.

(160810)


:
4.19 혁명 기념일이면
마땅히 찾아 보는
그와, 그의 시,

"푸른 하늘을"
오늘도 바라보며,

( 190419 들풀처럼 )



잘 지내고 있기를...

같은 하늘 아래에서,

( 22041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1 Comments
1 얀이9455 2022.04.19 20:05  
오늘 4.19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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