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웃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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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웃을 때

21 허름한허세 0 370 0 0
(2022년 1월 25일)


호랑이가 웃을 때


호랑이란 놈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느릿느릿 굴 밖으로 나왔다
뭐 요깃거리가 없나 하고

때마침 젊은 농부 하나가
산 밑에 와서
녹두밭을 매고 있었다

이게 웬 떡!

산 중턱 바위 뒤에 숨어서
잔뜩 겨누고 있는데,
농부가 옷에 땀이 차서
웃통을 훌훌 벗어 밭둑으로 휙 던졌다

으흐흐흐흐흐흐흐

살도 어지간히 쪘고
한입에 꿀꺽,
하라고
옷까지 벗어 주었겄다

어찌나 좋던지 실컷 한번 웃고 싶은데,
농부가
눈치채고 줄행랑을 치면
말짱 헛일!

어슬렁어슬렁 산등성이를 넘어가서
허허허
흐흐흐
킬킬킬

실컷, 배를 움켜쥐고 뒹굴다가
도로 어슬렁어슬렁 산을 넘어왔다

그사이 농부는 벌써 밭 한 뙈기 뚝딱 매 놓고 집에 가고 없었다

* 장철문, 《자꾸 건드리니까》에서
- 사계절동시집 12, 2017. 3.30



: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흑역사구먼,

근데
이건 알랑가 몰라

허허허
흐흐흐

내가 웃으면
아무도 구분할 수 없다는 걸

껄껄껄
끌끌끌

( 22012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그림 : 김주대 시인, 문인화가

텅 빈 마음도 실은 꽉 찬 마음이어서
누군가 와서 당신의 허무에 날개를 얹으리라
나비는 날개로 허공을 만질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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