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껴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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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간 화살

21 허름한허세 2 161 0 0

(2021년 12월 24일)


비껴간 화살


그 화살들 내게 바로 날아오지 않아서
고맙게도 삶은 여태 평온했다네

그 봄날 화살이 날 비켜가지 않았다면
온전히 불꽃같은 사랑을 할 수도 있었겠지
누추한 여생조차 다 태워 없애 주었을지 모르지

그 겨울날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나를 향해 오던 화살 깃을 슬쩍 흔들지 않았다면
나는 요절한 예술가가 되었겠지
되지 않은 작품들이 유작들이 되었겠지

나 예사롭게 살아가네, 거듭 비껴가는 화살에 놀라지 않고
산과 산 사이, 길과 길 사이, 시내와 시내 사이에서
여유롭게 졸다가 눈을 떠 천천히 물을 마시네

그 많은 화살 다 나를 비껴가서
나 평범한 노인이 되어 가네

* 신미균, [계간 파란 23, 2021 겨울]에서 (080)
-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2021.12. 1



:
평범한 노인이라...

이제는 멀지 않은
앞날인 듯도 생각되지만,

그나저나 온몸에
박힌 이 화살들은 어찌할꼬

( 21122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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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3 연우이모 2022.01.14 15:18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21 허름한허세 2022.01.14 17:21  
따스한 불금 저녁 보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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