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기다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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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기다리는 밤

21 허름한허세 4 186 1 0

(2021년 12월 27일)


눈을 기다리는 밤


하룻밤 새 세상은 달라지리라.
말라붙어 있던
떡갈나무 잎새 하나만 떨어졌어도
세상은 달라지는 것을
밤새 하얗게 변한 세상을 기다린다.

추위에 발갛게 언
짐승의 발소리 살얼음 위를 걸러가고
건너야 할 강은 그리도 넓고 깊은 것인지
밤새 강이 얼기를 기다린다
겨울이 조심스레 건너가야 할.

하늘에 엷은 얼음 얼고 눈이 덮이면
세상은 달라지리라.
싸락눈발 속을 지나간
짐승의 발갛게 언 발자취만 남아도 세상은 달라지는 것을.

* 성원근, [오, 희디흰 눈속 같은 세상]에서
- 창비시선 146, 1996. 2. 1



:
세상달라지게 한다는
눈을 밤새 기다리지만,

눈은
산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 남도의 시골사람이,

혹시 내리면
뒷처리에 어쩔줄 몰라하고 불편해하는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되어서도,

눈을 기다리는 밤
또 오고,

( 21122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160116 덕유산에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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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4 바다처럼 2021.12.27 17:24  
어렸을 때는 눈이 어면 무척 즐거웠는데 ...

이제는 눈이 오면 운전조심, 미끄러짐 조심 등
걱정이 생깁니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면 ...
21 허름한허세 2021.12.27 20:40  
그렇게 서서히 나이들어가고 있네요. 따뜻한 밤 되시기를 ~
3 연우이모 2022.01.14 14:29  
경주에도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
21 허름한허세 2022.01.14 17:14  
김해에도요 ㅎ 두 돗 다 눈이랑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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