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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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6:31
(2021년 10월 25일)
골목
사는 게 골목이라면
빨리 걸어 들어가고
아주 천천히 돌아 나올 수도 있겠지
힘들 때 한 번쯤 열린 대문 앞에 걸터앉아 쉴 수도 있고
어디쯤일까
물어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
걷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기웃거렸던 마흔 즈음의 낯선 골목들
걸음마다 삐걱거리며
너라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라는 골목에서 늘 너만 빠져나갔다
힘겹게 구부러질 때마다
바람도 돌아나가는 막다른 어느 모퉁이
목구멍에 걸린 무언가를 억지로 뱉어 내기 위해
선 채로 컥컥거렸다
후미진 골목 같은 나를 삐뚤빼뚤 돌아 나오며
어느 골목이든
들키고 싶지 않은 눈물이 있고
그곳에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는 고장 난 가로등이 있는 이유를
고장 난 가로등의 꺼진 시간이 더 긴 이유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 손석호, [나는 불타고 있다]에서 (70~71)
- 파란시선 72, 2020.12. 5
:
지난 토요일,
아우랑 반년 만에 다시
부산 진구 백양산에,
김해로 이사 올 때까지
어릴 적부터 수 백 번도 더 다녔던
그 산 언저리에
나의 골목이 있었다.
저리도 맑고 밝고 환하게
반짝이며
( 211025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서다가다2021 - 1023 다시, 백양산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