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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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21 허름한허세 0 394 0 0
(2022년 12월 27일)


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해변에 가자

혼자라면 발자국이 두개, 아롱이 밤이와 함께 걸으면 발자국이 열개

스무개, 서른개 ······

셀 수 없는 무늬로 모래사장을 물들이자 파도가 다가와서 열개의 다리를 적셔도 멈추지 말자 첨벙첨벙 발을 구르자 각자의 감촉으로 햇살 아래 몸을 말리자

개 반입 금지

현수막을 운동장에서, 거리에서, 해변에서 만나게 된다 해도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코너의 벚나무까지 달리기, 창 너머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멈추지 말자

비에 젖은 흙냄새, 실밥이 뜯긴 야구공, 풀속에 뛰어들기를 끝내지 말자

열개의 다리로, 수많은 풍경 속에 발 담그기를 계속하자

바람에 흩날리는 제각각인 우리의 빛깔을 그림자와 그림자로 이으며, 킁킁 가끔 뒤돌아 서로를 확인하면서

모르는 길 밖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가볍게 가볍게 땅에 그어진 선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으며

이 걷기를 계속하자


* 정다연,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에서
- 창비시선 464, 2021.10.8

- [창작과 비평 겨울 2022]에서 다시 옮김 (66~67)
- 창비, 통권 198호, 2022. 12. 1



:
추버도 더버도

우짜든동 걸어본다

잘 하는 거 하나라도 꾸준하게 !

( 22122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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