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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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푼

21 허름한허세 0 157 0 0
(2022년 8월 26일)


칠푼


유모차 밀며 가는 새댁
새로 이사왔나 모르는 얼굴이다
때마침 멈춰선 참에 쪼그려 앉아
녀석 장군감이다
갓난이 코가 요렇게 오똑하다냐
칭찬 끝에 화르르 웃는 새댁의 치열이 곱다
먼먼 거란족의 후예일까
동그란 얼굴에 머리를 묶어 길게 늘어뜨렸다
.
우리는 나란히 말을 달리고
나는 앞서고 그대는 뒤 따르며 구릉을 넘어
댕기 끝에 들꽃을 매달아준다
들딸기 한움큼 건네고는
입가에 묻은 딸기물을 지워주다가
입맞춤하자고 움, 움, 하면서 껴안는다
이 들판 제일의 꽃을 태웠으니
그대가 탄 말은 천마인 셈이라고 으쓱거린다
한바탕 웃고 게르로 돌아온다
그대는 양고기를 삶고
나는 수테차이*를 끓이는 동안
뭇별들이 들꽃만큼 피어나
밤하늘이 꽃밭인지 들판의 하루가 꽃밭인지
빙빙 돌다가 천지간을 분간 못하는 와중에
망상의 들판을 엎어버리는 소리
.
갓난이는 여전 앙글방글하는데
우리 오빠가 미남이거든요 증말 잘생겼어요
새댁의 확신에 찬 음성이 들린다
그러고 보니 새댁 얼굴이 만두 닮았다
속에서 택도 아닌 뭔가가 솟아오르는 것 같아
슬그머니 후딱 일어서는 것이다

* 전영관 시인, "얼굴책"에서




:
아침, 누군가 꺼낸
몽골 이야기에 다시 만난 노래입니다.

머나먼 나라
떠도는 시간 속에서

다들
잘 살고 계시는지요?

문득,
스쳐가며 만난 이들에게

안부를 물어봅니다.
서늘해진 밤에 건강 하시라고.

( 22082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수테차이 - 물, 우유, 녹찻잎, 소금을 넣어 만든 몽골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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