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실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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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실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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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고교의 무용부는 유명한 무용수들을 배출한 곳으로 명성이 높았다. 미래의 발레리나를 꿈꾸는 수많은 인재들이

Y 고교 무용부에 모여서 경쟁을 했다.

그중에서 예은, 예지 쌍둥이 자매의 실력은 가장 돋보였다. 사람들은 둘 다 무용계를 이끌 큰 인재가 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쪽은 늘 동생 예지 쪽이었다. 신체 조건이나 기교에 있어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표현력에 있어서 예지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였다. 처음엔 예은도 그런 평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평가가 계속 중복되고, 몇 번 주연

역할을 예지에게 뺏기게 되자 점점 신경이 쓰이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학예회 시기가 다가왔다. Y 고 무용부의 작품은 언론에서도 다룰 만큼 외부의 관심이 집중되는 기회의

자리였다. 거기서 주연을 맡는다는 것은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신인으로 데뷔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는

오디션을 통해 공정하게 주연을 선정하기로 했다.

오디션 전날이었다. 예은은 초조한 얼굴로 무용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고민 중이었다. 이번에도 예지에게

주연 역할을 뺏기면, 자신은 평생 동생의 그늘 속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다.

긴 시간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결심을 한 듯, 유난히 반짝거리는 발레슈즈를 들고 무용실을 떠났다.

다음 날 오디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예지가 연기를 펼치던 중 쓰러진 것이다. 그녀의 발은 유리조각에 찔려

피범벅이었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신고 있던 발레슈즈를 붉게 물들였다. 결국 주연의 영광은 언니인 예은의

차지가 되었다.

그 뒤 예은은 완벽한 공연을 통해, 단숨에 모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언론에선 새로운 천재의 등장이라며, 연일

그녀에 대한 특집 기사를 다뤘다. 유명 발레단에서도 졸업하자마자 오라며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다. 반면 예지는

실의에 빠져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완전히 아물기도 전에 연습을 시도하는 바람에 상처가 다시 악화되는 일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그리고 결국엔 상처가 오염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예은은 노래가 끝나자 잠시 연습을 멈추고 바닥에 앉아 땀을 닦았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돌아가고 남은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옛날이었다면 예지가 같이 있었겠지만... 순간 동생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섬뜩한 기분이 든 그녀는 얼른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지웠다.

다시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은은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거울 속 자신이 신고 있는 발레슈즈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예은은 놀라서 자신의 발을 바라봤지만 자신이 신고 있는 것은 새하얀 발레슈즈였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내가 언니를 따라 해줬으니까, 이젠 내 차례야. 날 따라 해 봐."

붉은 발레 슈즈를 신은 거울 속의 예은이 손을 천천히 목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무척이나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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