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만진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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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만진 슬픔

21 허름한허세 0 104 0 0
(2022년 9월 29일)


오래 만진 슬픔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 이문재, [혼자의 넓이]에서 (102~103)
- 창비시선 459, 2022. 7. 8



:
겨우?
밤 8시가 이리도 깊다

고통슬픔도
오래되면 따뜻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오늘밤엔
깊은 잠을 자리라

( 220929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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