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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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

21 허름한허세 0 701 0 0
(2022년 8월 2일)


생명의 서(書)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靑馬 유치환(柳致環)
- 동아일보, 1939.9 9




:
삶에 부대끼고 힘들어
막막하고 먹먹할 때

정신없이 보내 버리는
시간 속에서

문득, 고개 들어
나직이 읊조리는

나의
첫 시!

꽃 피지 않는
사막이라도 가고 싶다

( 22080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콜로라도주 사막의 풍경을 전문적으로 담는 미국 사진 작가 가이 탈(Guy Tal)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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