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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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

21 허름한허세 0 508 0 0
(2022년 12월 9일)


심야식당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 박소란, [한 사람의 닫힌 문]에서
- 창비시선 429, 2019. 1.31



:
이제 더는
심야는커녕

밤 10시쯤이면
불콰해져서

어둠을 허청거리며
돌아갈 뿐...

( 221209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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