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탈렌

홈 > 소통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나프탈렌

21 허름한허세 0 117 0 0
(2022년 9월 16일)


나프탈렌


멀어지는 일 옷장에서
신발장에서 불안이 눅눅히 번진
이 방에서 도시에서
끝내 무표정한 얼굴로

지상의 외딴 그늘에 숨어
두꺼운 한 권 책을 읽는 일
어떤 사소한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는 책
우연처럼 찢겨나간 페이지에 이르러
잠시 웃음을 머금는 일

울음이 다 닳도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안녕을 연습하는 일

더듬더듬
뜻 모를 문장들을 앓다보면
자꾸 벌레에 물리고 벌레는 나를 사랑해,
사랑해 말하면
모두들 슬그머니 달아나
끝내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
내가 만든 이별의 냄새를
내가 맡는 일
잠시
쓰디쓴 웃음을 머금는 일


*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에서
- 창비시선 386, 2015. 4. 2



:
몇 달만에
아우 덕분에

저녁 먹고 밤길을
10km나 걸었다

아주 조금씩
안녕을 연습하는 일

드디어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나프탈렌 냄새가 좋았다

( 22091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0 Comments
카테고리
통계
  • 현재 접속자 982 명
  • 오늘 방문자 7,163 명
  • 어제 방문자 7,351 명
  • 최대 방문자 14,757 명
  • 전체 방문자 2,397,113 명
  • 전체 게시물 46,518 개
  • 전체 댓글수 5,249 개
  • 전체 회원수 1,245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