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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 오영록




폐암말기 빙모님

하루라도 함께할 요량으로 집에서 간호를 하는데

지난밤부터 자꾸만

앞으로 걷지 못하고 뒷걸음질 하신다

의학적으로 보면 평행감감을 담당하는 부분에

암세포가 퍼진 것이 분명하지만

살아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태초 흙이었으니 흙으로 간다는 섭리를

무의식속에 행하고 있다

혹여, 저 뒷걸음질을 따라가면 태초의 모습이 있을까

월남치마를 입은 장터 길을 지나면

풋사과 같은 소녀의 모습이 있을까

그 뒤로는 첫울음, 그 뒤로는

정말 흙이었을까?

뒷걸음질치는 것이

삶의 마지막 완성인지

그 눈빛의 끝은 평온한 안식

흙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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