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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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없는 날

21 허름한허세 0 225 0 0
(2022년 6월 16일)


오늘은 없는 날


아무것도 안 하는 중이에요 행복하고 싶어서

정치 마케팅과 상품 마케팅에 유혹당하지 않게
말 많고 현란한 매체들에 귀 닫고 눈 감아요
돈이든 권력이든 세력 불리는 일에 중독된 사람들
필요와 정의 타령에 넘어갈까봐 하늘을 봐요
조용히
더 조용히
오늘은 없는 날

눈 뜨니 오늘이 있어
없는 날이라 부르기로 해요

없는 날에 할 일은
바람 속에서 시집 몇 페이지를 천천히 읽고
아침과 저녁의 산책을 출생 이전처럼 하는 것

지구가 우주의 일원으로 오늘을 걷고
운 좋게 지구에 탑승한 오십년 차 승객인 나도
지구와 함께 걸어요
지구의 입장에선 자갈돌 하나인 나
우주의 입장에선 티끌 한점도 안 되는 나
이토록 작은 존재에 허락된 하루를 오직 감사하면서

오늘은 없는 날
행복하고 싶어서
구름 버튼을 눌러 당신 목소리를 들어요
나야, 바람이 좋아
나와 함께 당신이 살아 있어 이렇게나 좋아
더 많이 아낄 수 있어 더 없이 좋은 날
사랑하는 일 말곤 아무것도 안 할래

어제도 내일도 없는 오늘
많이 행복해서
당신과 함께 산으로 가요
없는 날의 자유
푸른 바람 속을 무한무한 걷고 달려요


* 김선우, [내 따스한 유령들]에서
- 창비시선 461, 2021. 8. 5



:
요즈음
이런 맘으로 하루를 견디다

주말엔 텃밭에 간다
행복하고 싶어서

( 22061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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