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여 쓰게 된 가계부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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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6 16:24
(2021년 11월 26일)
사랑하여 쓰게 된 가계부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의사가 말했다
알겠다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고기를 먹어야 해요" 당신이 말했다
알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노래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사 온 것을 소분해 냉동실에 넣고
이틀에 한번씩 꺼내 약으로 먹는다
당신을 사랑하여
다른 목숨에 지는 빚의 총량이 커지고 말았다
어떤 일을 더 하거나 덜 하며 살아야 할지
매일의 석양 아래 가계부를 쓰게 되었다
* 김선우, [내 따스한 유령들]에서 (26)
- 창비시선 461, 2021. 8. 5
:
'소주를 마셔야 합니다' 의사가 말했다
이런 날은
이번 생엔 없으리니,
요즘 배 나온다며
앞서 이끌고 나가는 랑딸 따라
열심히 걸으며, 헛꿈 깨고
주말에는 텃밭에서 흙만지다
틈만나면 우짜든동 몰래몰래
홀짝홀짝 쪼금 더 마시리라,
내가 튼튼하게
오래 살아야 할 까닭!!!
( 211126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