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를 걷기 위해 필요한 것들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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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3 16:17
(2022년 9월 13일)
만보를 걷기 위해 필요한 것들
구천구백구십구.
를 넘기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
내가
비어 있는 곳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발자국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설명하지 않기 두 발을 동시에 내딛지 않기
만,
을 넘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내가
점점 늙고 병들어가는 모습들을
마주하기
사진 많이 찍기 일기 자주 쓰기 그러나
매일매일 찍진 않기 쓰진 않기
만일,
낯선 개가 꼬리를 세우고 짖으면 눈을 돌리기
내가
무서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마주 짖지 않기 그냥 지나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 겁내지 않기
많이,
걷기, 걷다가 뛰기, 뛰다가 걷다, 그러다가도
내가
아직도 길을 잃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기, 그래서 헤매기
어제도 그제도 지나왔던 길을
신기해하기 그러나 입 틀어막지 않기
만약,
생각이 많아지면 생각을 하기
내가
생각을 비울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새를 보기 간판을 보기
낯선 개가 병들어가는 모습을
오래 혹은 잠깐만이라도 생각하기
만반,
의 준비를 갖추지 말기
내가
규칙을 잊어야만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아무 생각 말기
제발 울지 말기 신발 신기 그리고
걷기 싫은 날에는 걷지 말기
* 권창섭, [창작과 비평 가을 2022]에서 (135~136)
- 창비, 통권 197호, 2022. 9. 1
:
따끔,
뜨끔
그러하다
과연 그러하다
내가
무서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이제는 가을이다
( 22091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만보를 걷기 위해 필요한 것들
구천구백구십구.
를 넘기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
내가
비어 있는 곳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발자국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설명하지 않기 두 발을 동시에 내딛지 않기
만,
을 넘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내가
점점 늙고 병들어가는 모습들을
마주하기
사진 많이 찍기 일기 자주 쓰기 그러나
매일매일 찍진 않기 쓰진 않기
만일,
낯선 개가 꼬리를 세우고 짖으면 눈을 돌리기
내가
무서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마주 짖지 않기 그냥 지나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 겁내지 않기
많이,
걷기, 걷다가 뛰기, 뛰다가 걷다, 그러다가도
내가
아직도 길을 잃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기, 그래서 헤매기
어제도 그제도 지나왔던 길을
신기해하기 그러나 입 틀어막지 않기
만약,
생각이 많아지면 생각을 하기
내가
생각을 비울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새를 보기 간판을 보기
낯선 개가 병들어가는 모습을
오래 혹은 잠깐만이라도 생각하기
만반,
의 준비를 갖추지 말기
내가
규칙을 잊어야만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아무 생각 말기
제발 울지 말기 신발 신기 그리고
걷기 싫은 날에는 걷지 말기
* 권창섭, [창작과 비평 가을 2022]에서 (135~136)
- 창비, 통권 197호, 2022. 9. 1
:
따끔,
뜨끔
그러하다
과연 그러하다
내가
무서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이제는 가을이다
( 220913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