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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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요

21 허름한허세 0 211 0 0
(2022년 6월 20일)


배가 고파요


삼양동 시절 내내 삼계탕집 인부로 지낸 어머니

아궁이 불길처럼 뜨겁던 어느 여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까무룩 꺼져가는 숨을 가누며 남긴
마지막 말
애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

그 후로 종종 아무 삼계탕집에 앉아 끼니를 맞을 때
펄펄한 뚝배기 안을 들여다볼 때면
오 오 어머니
거기서 무얼 하세요 도대체

자그마한 몸에 웬 얄궂은 것들을 그리도 가득 싣고서
눈빛도 표정도 없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느른히 익은 살점은 마냥 먹음직스러워
대책 없이 나는 살이 오를 듯한데

어찌 된 일인가요
삼키고 또 삼켜도 질긴 허기는 가시질 않는데

*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에서 (7)
- 창비시선 386, 2015. 4. 2



:
영혼의 허기
육신의 배고픔도

울 엄마 떠나신
스무살 때부터

결코 가시질 않는
날이 이어져

핑계랍시고, 여전히
밤마다 먹고 마셔

몸은 확찐자가 되어도
허기는 가시질 않

( 22062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울 동네에 바로 이웃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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