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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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 무렵

21 허름한허세 0 350 0 0
(2022년 6월 28일)


하지(夏至) 무렵


생선구이의 뼈를 모조리 발라낸 공주는
타박이 있어도 쓴맛을 봐버린 탓에 울지 않았다
끊임없이 친절을 베풀기 위해 애쓰는 동안
국운은 기울어 골목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장수를 키워내지 못한 설움은 아직 이르다
사랑, 꿈, 의지는 종종 결핍으로 인해 체외수정했다
술잔에 몰래 눈물 한방울 보태주자
공주는 그만 자신이 평강이라고 고백했다

당신 안의 뜨거움은 기다림과 섞여 희석되었죠
불과 물이 만나도 사랑에 빠진다고 말했던가요
온달처럼 길을 잃었으나 이미 갈망을 마셔버린 뒤
그저 더위에게 모든 걸 돌리고 헤어져야 했다

지도에 그려진 곳인지 이젠 알 수 없다
여름을 밀어낼 듯 체념한 눈총이 폭우처럼 내렸지만
궁궐을 나온 공주는 아직 독주를 내리고 있을 터였다
목소리만 둥둥 남겨지고 그날, 고구려는 저물고

* 신동호,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에서 (41)
- 창비시선 478, 2022. 6.17



:
설움은 아직 이르고
폭우는 쏟아지고

국운은 기울어,
고구려는 저물고

이미 갈망
마셔버렸고

온달처럼
길을 잃었

( 22062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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