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허름한허세
0
422
0
0
2022.06.14 15:03
(2022년 6월 14일)
초여름
햇볕 뜨거워져서
보온 못자리 비닐 거두어주니
애틋하여라, 거기 연둣빛 어린 모들
모 끝마다 맑은 수정방울을 빛내며
세상에서 가장 이쁜 꿈을 꾸다 들켜선
때마침 솔솔대는 명주실바람에
부끄런 듯 부끄런 듯 모 끝 사운거리며
뭔가 뭔가 지극히 옹알거리기도 하며
급기야 제 가진 것 무엇인가, 이 땅에서
가장 여리고 순한 몸짓 하나로
섬뜩한 초록, 초록의 들판을
청청청청 열어젖히는 것이라니
* 고재종, [날랜 사랑]에서
- 창비시선 134, 1995. 5. 1
:
더울 땐 덥다가도
목 마를 땐 소나기로
그럼 참 좋으련만
날은 계속 흐리고
비는 드물게 내리고
목마른 풀 뿌리만 눕는구나
그래도
남 논의 모라도
쌀나무의 푸르름은 좋구나
( 22061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