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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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다

21 허름한허세 0 173 0 0
(2022년 9월 26일)


무릎 꿇다


뭔가 잃은 듯 허전한 계절입니다.
나무와 흙과 바람이 잘 말라 까슬합니다.
죽기 좋은 날이구나
옛 어른들처럼 찬탄하고 싶습니다.
방천에 넌 광목처럼
못다한 욕망들도 잘 바래겠습니다.

고요한 곳으로 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흘러온 철부지의 삶을 뉘우치고
마른 나뭇잎 곁에서
죄 되지 않는 무엇으로 있고 싶습니다.
저무는 일의 저 무욕
고개 숙이는 능선과 풀잎들 곁에서.

별빛 총총해질 때까지.

* 김사인, [어린 당나귀 곁에서]에서 (137)
- 창비시선 382, 2015. 1.15



:
큰 사건을 덮기 위해 묻혀 있던 사건을 들춰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합니다. 하물며 썩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 악취도 모르는 채 눈감고 있었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세상이 혼란하고 어지러울수록 스스로의 중심부터 잡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마음의 고요부터 찾을 수 있도록 스스로 무릎 꿇고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쁘고 힘든데 마음까지 아픈 시간 속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 180208 들풀처럼 )


거의 다섯 해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제는 기억조자 나지 않네요.

사는게 그렇습디다.
갑자기(?) 불려 나오듯

구순 넘으신 어르신들 모시고
차로 오른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서

잠시 앉아 바라본 하늘은
아직 막막하고 흐릿합니다.

바쁘고 힘든데 마음까지 아픈 시간 속을
여전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 22092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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