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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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시

21 허름한허세 0 230 0 0
(2022년 5월 26일)


오후 세시


쟁반에 무당벌레가
날아들었다

갸웃거리는 더듬이의 궁리
시고 붉은 향로를 따라

보라, 이 고요한 집중을
무당벌레는
자신의 무늬를 조롱하지 않고
앞으로 간다
골똘히 간다

과도를 세워
무당벌레를 막는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뒤에서 앞으르
일어서는 벽
물러서지 않는 벽

그는 잠시 멈춘다
불행을 희롱하는 신을 마주친 듯이
깊고 작은 숨을 고른다

실밥처럼 가는 다리
저 등에 수수 한알도
버거울 것이다

무당벌레가 간다
금방 뒤집혀버릴
불안마저 데리고 간다
방향이 의지가 된다

* 신미나,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에서
- 창비시선 455, 2021. 3.26



:
잊지 말자,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 220526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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