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절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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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3 13:56
(2022년 6월 3일)
호시절
버섯 은행 대추를 넣어 돌솥에 지은 밥, 저민 소고기를 뭉쳐 찐 떡갈비, 잘 익은 신김치와 총각김치, 고추김치와 취나물무침과 마늘종조림, 뚝배기에 담긴 붉은 순두부찌개를 놓고 마주 앉았을 때, 간장에 버무린 가지튀김을 입에 넣었을 때, 예상했던 바삭함은 없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옅은 미소로 나올 때, 동시에 마주 보며 동그란 눈으로 웃었을 때, 한상 가득 채워진 반찬에 맞추려 반숟가락씩 밥을 뜨면 남은 반숟가락에 네가 반찬을 올려줬을 때, 속도가 느린 너와 함께하기 위해 되도록 천천히 ~고 또 ~었을 때, 그래도 내 그릇이 더 빠르게 비어 한공기 더 주문했을 때, 식사가 끝나고도 말없이 창밖 벽돌담에 뉘엿거리는 겨울 볕을 구경했을 때, 창에 비치는 우리를 발견하고 턱을 괸 채 나를 보는 너의 모습을 봤을 때, 이듬해 곁에 있을 네가 미리 와 있는 것 같을 때, 부른 배를 한동안 쓰다듬었을 때, 어쩌면 부푼 배꼽 위를 네 손도 왔다 갔을 때, 북아현 길고 긴 내리막길을 함께 걸어 내려갔는지 마을버스를 탔는지, 어찌 되었든 함께 돌아갔을 때,
* 이종민,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에서
- 창비시선 465, 2021.10.22
:
어찌 되었든 함께
주말엔
텃밭으로
( 22060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602 강릉 안목 바닷가 노을, ㄱ ㅂ ㄱ
호시절
버섯 은행 대추를 넣어 돌솥에 지은 밥, 저민 소고기를 뭉쳐 찐 떡갈비, 잘 익은 신김치와 총각김치, 고추김치와 취나물무침과 마늘종조림, 뚝배기에 담긴 붉은 순두부찌개를 놓고 마주 앉았을 때, 간장에 버무린 가지튀김을 입에 넣었을 때, 예상했던 바삭함은 없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옅은 미소로 나올 때, 동시에 마주 보며 동그란 눈으로 웃었을 때, 한상 가득 채워진 반찬에 맞추려 반숟가락씩 밥을 뜨면 남은 반숟가락에 네가 반찬을 올려줬을 때, 속도가 느린 너와 함께하기 위해 되도록 천천히 ~고 또 ~었을 때, 그래도 내 그릇이 더 빠르게 비어 한공기 더 주문했을 때, 식사가 끝나고도 말없이 창밖 벽돌담에 뉘엿거리는 겨울 볕을 구경했을 때, 창에 비치는 우리를 발견하고 턱을 괸 채 나를 보는 너의 모습을 봤을 때, 이듬해 곁에 있을 네가 미리 와 있는 것 같을 때, 부른 배를 한동안 쓰다듬었을 때, 어쩌면 부푼 배꼽 위를 네 손도 왔다 갔을 때, 북아현 길고 긴 내리막길을 함께 걸어 내려갔는지 마을버스를 탔는지, 어찌 되었든 함께 돌아갔을 때,
* 이종민,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에서
- 창비시선 465, 2021.10.22
:
어찌 되었든 함께
주말엔
텃밭으로
( 22060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602 강릉 안목 바닷가 노을, ㄱ ㅂ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