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렵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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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렵스럽게

21 허름한허세 0 221 0 0
(2022년 7월 14일)


미련스럽게


지난 여름 낮에 풀을 뽑고 있는 내게 지나가던 그 사람이 말했네.
— 그걸 언제 다 뽑겠다고 앉아 있어요? 미련스럽게. 풀 못 이겨요.
​ 그리고 가을이 물러서는 오늘 낮에 풀을 뽑는 내게 그 사람은 말했네.
— 그걸 왜 뽑고 있어요? 미련스럽게. 곧 말라 죽을 풀인데.
​ 조용히 움직였지만 실은 발랄한 풀과 오늘에는 시름시름 앓는 풀이 그 말을 나와 함께 들었네.
​ 잠시 손을 놓고 서로 어찌할 바를 몰라서. 미련스럽게.

* 문태준, [아침은 생각한다]에서 (59)
- 창비시선 471, 2022. 2.25



:
짬만나면 텃밭에서
을 뽑고 베고

지치면 쉬었다가
다시 뽑고 베고

그러다가 문득
잠시 바깥 댕겨 오면

좋은 것이다,
세상이 아름답더라.

오늘도 수그리고 앉아서,
틈만나면 미련스럽게.

( 22071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713 구산면 카페 백령 앞바다 / 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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