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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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3 15:40
(2022년 1월 3일)
1월에
이부자리가 싸늘터니
어 이것 봐라
간밤새 눈이 내렸다
올해 들어 처음 내리는 눈
사박사박
세상이 빛나고
다가서는 한라산의 서늘한 이마
아이들은 창가에서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고
모두들 그동안
아무래도 겨울답지 않았었나 보다
서둘러 집을 나서는 사람들
조심조심 조금은 여유 있게
미끄럼 타며 즐거워하고
아 나도 어서 빨리
저 눈밭 속으로 나서야지
아이들처럼 풋풋한 마음으로
서정은 나무 위에
하늘을 간간이 날아오르는 뭇새들속에
깜짝깜짝 놀라며 피어나고
먼저 누구룰 만날까
이 아침 언뜻 만날 사람 떠오르지 않고
그래 우선 찻집에 들러
따스한 차 한잔 들이켠 후
버스를 타리라
서귀포로 향하는 버스
가다 성판악 그 어디쯤 내려
울울창창 늘어선 나무들
그 속을 무작정 거닐다가
아 불현듯 나도 그만
한 그루 나무가 되어버려서
눈을 맞으리라
무수히 무수히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리라
순수의 눈물도 몇 방울
나무 위에 걸어놓고 오리라
* 김광렬, [가을의 시(詩)]에서
- 창비시선 98, 1991. 9. 1
:
어누새
훌쩍 7년,
돌아오는 봄에는
한라산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그때 걸어놓고 온
순수의 눈물 몇 방울
웃으며
닦고 오게.
( 22010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2015. 1.17 한라산,백록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