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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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서울역

21 허름한허세 0 238 0 0
(2022년 10월 18일)


그리운 서울역


그리운 서울역에 가야 한다
오늘도 죽지 말고 내일도 죽지 말고
막차라도 타고 서울역에 가서
마지막으로 당신을 만나야 한다
아무리 가도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어
어디를 가든 가야할 길이 사라져
누구를 만나든 더이상 만나야 할 인간이 없어
당신을 만나러 서울역에 가야 한다
굳이 목숨이 다한 내 목숨은 구하지 않는다
당신을 따라 서울역 광장에 엎드려 절을 해야 한다
화엄사 각황전 여래불님께 절을 하며 버리듯
반드시 앙갚음하려던 내 마음을 버려야 한다
대합실을 오가는 승객들의 발밑에 며칠이고 엎드려
죽기 전에 갚아야 할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
서울역에 함박눈 펑펑 쏟아지던 겨울밤
오리털 점퍼를 벗어 노숙인에게 입혀주고
오만원 지폐를 손에 꼭 쥐여주고
황급히 사라져간 당신 뒤를 따라가야 한다

* 정호승, [슬픔이 택배로 왔다]에서 (38)
- 창비시선 482, 2022. 9.23



:
조굼이라도
멀리 가기 위해

다시
밤길을 걷고 있다


따라 가리라

( 221018 들풀처럼 )


#오늘의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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