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래이션
폴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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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7 10:28
기원전 75년 무렵 로마의 속주에 대규모 기근이 발생했다. 지중해 일대에 해적이 준동해 식량 운송에도 차질이 생겼다. 로마는 식량을 수입에 의존했다. 빵값이 치솟자 폭동이 일어나 두 명의 집정관이 쫓겨났다(윤덕노,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역사적으로 생존과 직결되는 식료품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오르면 나라가 흔들렸다.
▶2007~2008년 당시 월가의 투자 보고서에 ‘애그플레이션’이 등장했다. 다른 물가에 비해 유독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현상을 가리켜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조합해 그리 불렀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애그플레이션을 사회 안정을 뒤흔드는 ‘침묵의 쓰나미’라고 했다. 유엔기구들이 잇달아 식량 위기를 우려한다. 2007~2008년의 곡물가 파동이나 2011년 아랍의 봄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가 6월 또는 7~8월에 물가 상승률이 6%대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1998년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겪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곡물가가 급등해 정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타격받는 저소득층을 각별히 챙기고,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이 파고를 넘어야 한다. / 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