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쌀값
쌀이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011년 71.2㎏에서 지난해에는 56.9㎏까지 떨어졌다. 하루에 200g짜리 즉석밥 1개에도 못 미치는 156g의 쌀을 소비한다는 얘기다. 소비 감소는 생산량·재고 증가로 이어져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쌀값은 8월 중순 기준 20㎏에 4만2500원.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600원에 비해 23.5% 급락해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쌀 재고량도 48만6000t으로 1년 전보다 70%가량 늘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온으로 글로벌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밥상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독 쌀값만 떨어져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7.1% 상승했지만 쌀 물가는 1년 전보다 14.3%나 떨어졌다. 최근 3개월 동안에는 11.2%, 12.6%, 14.3%로 하락폭이 커졌다.
며칠 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선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쌀값 폭락과 농업 생산비 폭등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목청을 높였다. 자식 같은 벼를 도로에 뿌리며 격한 농심(農心)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가 초과 생산량이 3%를 넘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했을 때 쌀을 사들이는 ‘자동시장격리’ 조치를 두 차례 발동했지만 시기가 늦은 데다 물량도 충분하지 않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은 시장 기능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정부와 농민, 국민이 힘을 모아 쌀 소비 용도를 다양화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일 것이다. / 김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