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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을 때 믿는 구석이 두 가지 있었다. 핵무기와 원유였다. 푸틴 예상대로 러시아의 핵무기는 미국과 나토의 군사 개입을 막는 방패 기능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는 서방의 경제 제재를 우회할 탈출구이자 전쟁 비용을 조달할 ‘돈줄’이다. 서유럽은 원유의 30%,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에 관한 한 러시아의 볼모나 다름없다.

▶미국은 하지만 러시아 원유 수입 차단으로 대응했다. 유럽 국가들은 동참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미국은 산유국이라 대안이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유는 중동 산유국의 증산으로 구멍을 메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유럽 가정의 난방을 책임진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체재를 찾기는 어렵다. 약점을 잘 아는 러시아는 “가스관 밸브를 먼저 잠글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대량생산해 공급해주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셰일(shale) 가스란 깊은 땅속 퇴적암에 원유와 함께 녹아 있는 가스를 말한다. 접근 불가 에너지였는데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모래와 화학물질을 섞은 특수 용액을 강한 수압으로 쏘아 암석층을 부수고 원유와 가스를 채취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활용 가능한 자원이 됐다. 셰일 오일 덕분에 미국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기체 상태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로 서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에 미국산 셰일 가스의 등장은 중대한 위협이었다. 사우디가 증산으로 저유가를 유발해 미국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려 했듯이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을 낮춰 미국산 셰일 가스의 시장 침투를 막았다. 결국 미국 셰일 가스는 액화 및 운송에 드는 비용 탓에 생산 원가가 러시아산보다 40% 이상 비싸 경쟁에서 밀렸고 고사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에너지 지정학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바이든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 환경오염 논란 탓에 찬밥 신세였던 셰일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셰일 기업 3분의 1이 파산했지만 올 들어 시추정이 650개까지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유럽 쪽 LNG 저장 시설이 부족해 당장 러시아를 대체하긴 어렵다. 장차 미국산 셰일 오일이 대체재가 되면 유럽 소비자들은 추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서유럽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내는 지지와 성원을 보면 이 정도 비용은 감수할 것 같기도 하다. - 김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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