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와 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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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와 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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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수학자들이 여전히 분필을 고집한다. 몇 해 전 미국 CNN의 유튜브 전문 자회사가 수학자들의 유별난 분필 사랑을 취재했다. 거기 나온 미국 수학회장은 “생각의 예술을 하는 이들의 표현 도구”라는 말로 분필 사랑을 고백했다. 엊그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도 분필 애호가다. 허 교수는 “수학자는 분필과 칠판을 사랑하는 최후의 사람들”이라고 했다.

▶최첨단 필기도구인 전자펜은 수학자들에게 찬밥 취급을 당한다. 삼성전자가 2020년 내놓은 갤럭시 20 전자펜의 반응속도는 26ms(ms는 1000분의 1초)다. 펜이나 분필로 쓸 때보다 1000분의 26초 느리다는 뜻이다. 올 초 선보인 S22는 2.2ms로 사실상 일반 펜과 비슷해졌다. 그래도 머리에서 폭포처럼 쏟아져나오는 수식을 써내려가는 수학자에겐 여전히 분필을 손에 쥐고 싶어지는 속도일지 모른다.

▶세계 수학자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분필은 일본의 하고로모(羽衣)다. 재질이 단단해 가루가 날리지 않으면서 필기감이 부드럽다고 한다. 몇 해 전 이 분필 회사의 일본인 대표가 병마로 사업을 접게 되자 수학자들 사이에 사재기 소동이 빚어졌다. 하루 사용량을 계산해 15년치를 사서 쟁여둔 이도 있다. 다행히 하고로모를 인수해 수학자들을 안심시킨 이가 나타났는데, 평소 이 분필을 애용하던 한국의 수학 일타 강사였다.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철학자이기도 했다. 수에서 자연의 숨은 질서를 찾으려 했다. 수학 연구를 ‘편견과 한계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설명하는 허준이 교수도 철학자라 할 수 있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수학 박사와 그에게 고용된 가사도우미가 나온다. 둘은 서로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끼지만 연인 사이는 아니다. 박사는 그런 둘의 관계를 수학의 우애수(友愛數)와 같다고 믿는다. 요즘 말로 ‘썸’을 타는 듯한 둘의 묘한 관계조차 박사는 칠판에 분필로 수식을 써가며 설명한다. 수학자 손에는 역시 분필이 제격인 모양이다. /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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