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퇴보한 코로나 학력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교실은 파행을 겪어 왔다. 초기에는 아예 학교 문을 닫았다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학생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가을에야 학교가 문을 열었는데 그동안 누적된 학습 손실이 이번에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아이를 지켜본 부모라면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온라인 수업의 집중력은 대면수업에 비할 수 없었고 책읽기와 멀어지니 독해력 자체도 떨어졌다. 교사, 또래와의 상호작용 없는 학습은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다.
▷초등 4학년의 기본 학력은 진학률과 취업률을 예측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한다. 이 시기 학습 손실이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그런데 기초학력 양극화가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더 심각해졌다. 읽기 점수의 경우, 성적이 상위 10%인 학생 점수(2점)보다 성적 하위 10% 학생의 점수(10점)가 5배나 더 떨어졌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나 경제적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낮은데 이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성적이 높을수록 개인 노트북을 가진 비율, 초고속 인터넷 접속 비율이 높았다는 점도 성적이 온전히 개인적 성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1년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고2 학생의 학업성취도평가를 보면 국어 영어 수학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일제히 증가했다. 영어는 10명 중 1명, 수학은 6명 중 1명이 기초학력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세대’의 학력 저하를 회복하는 데 다시 한 세대가 필요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학력 저하는 코로나 세대가 경험한 상실의 일부일 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언어 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뛰어놀지 못한 아이들은 비만 등에 시달린다. 사회적 단절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대로 ‘코로나 세대’를 잃어버린 세대로 남겨둘 수는 없다. 이번 평가를 주도한 베벌리 퍼듀 미 국가평가관리위원장은 “4학년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그들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코로나19만 비난할 수 없다. 더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 우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