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 DJ, 그리고 노무현…. 이런 이름이 자꾸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이들은 초선 의원 때부터 달랐다. 역대 최연소 나이로 자유당 국회의원이 된 김영삼 의원은 초선 시절 이승만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했다. 사사오입 개헌이 통과되자 바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김대중 의원은 사실상의 초선 시절 한·일 협정 비밀 회담 과정에서 오고 간 김종필-오히라 비밀메모를 폭로한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참가했다. 총 5시간 19분 발언을 이어 간 의정 사상 첫 필리버스터였다.
노무현 의원은 임기 시작과 함께 전국의 노사분규 현장을 찾아다녔다. 그의 진가는 5공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전두환은 국회에 출석해 증언이 아닌 일방적인 연설을 했고, 의원들의 거센 항의는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때 초선 의원 노무현이 일어나 민정당 의원들에게 “전두환이 아직도 너희들 상전이야!”라고 외치고, 전두환에게 명패를 집어던졌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칼 든 강도한테 빼앗겼다”는 답을 받아 냈다. 그때 보여 준 정치가 얼마나 통쾌했으면 지금도 대학로에서 노무현의 그 시절 활동을 모티브로 한 연극 ‘초선 의원’이 상연되고 있을까.
‘윤초선’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국민의힘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 초·재선 의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조경태(5선), 서병수·홍문표·윤상현(4선), 안철수·유의동·하태경(3선) 의원 등 중진들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꾸리는 데 반대했다. 법원 취지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위이자, 보수 정당의 가치인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들이 나서서 중진들의 비대위 불가론을 틀어막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한국 정치사에서 권력 핵심과 당내 실세들을 향한 공격을 주도하는 세력은 여야를 떠나서 초선들이었다. 지금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인 ‘윤심’에 따라 행동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윤 대통령이 최근 여당 일부 의원들에게 “초선 의원들이 더 세게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권력과 공천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모습이 씁쓸하다. 하긴 민주당도 별반 다를 게 없어 ‘초선 돌격대’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정치를 시작할 때 지녔던 초심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 박종호